“그동안 신동엽 시인의 작품집과 연구서, 논문 등은 숱하게 나왔지만 그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책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낸 <시인 신동엽>은 그의 육필원고와 편지, 유품, 사진 등을 글과 함께 담아 시인의 숨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1930~69)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풍부한 자료들을 통해 정리한 단행본 <시인 신동엽>(현암사)을 펴낸 신동엽의 부인 인병선(71)씨는 2일 낮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시인이 돌아가신 후 제 이름 앞에 언제나 ‘신동엽’이라는 이름이 관형어처럼 붙는 데 대해 저항하며 그를 떨쳐 버리고자 했지만, 그 큰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더군요. 이번에 도록을 내놓고, 올해 안에 시인의 생가 옆에 들어설 문학관에 모든 자료를 기증하는 것으로 신동엽과 정말로 ‘이혼’하고 싶어요.”
새로 나온 <시인 신동엽>은 신동엽 연구자인 시인·문학평론가 김응교 일본 와세다대 객원교수가 글을 쓰고 인병선씨가 보관해 온 자료를 덧붙이는 식으로 꾸며졌다. <껍데기는 가라>와 서사시 <금강>, 오페레타 <석가탑> 등의 초고와 인씨에게 보낸 편지, 담배 파이프와 도장, 증명서, 수첩을 비롯한 유품 등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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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신동엽 시인이 쓴 ‘껍데기는 가라’ 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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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유품 가운데 두 사람이 연애 시절과 결혼 이후 주고받은 편지는 특히 흥미롭다. 한창 뜨겁게 연애 중이던 1954년 4월19일 시인이 인씨에게 보낸 편지는 행과 연을 가른 형태와 내용이 한 편의 시를 방불케 한다.
“그리움이 항시 마음속에 소용돌 치는/그대를 이름지어/내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며//(…)//아름다운 마음/내 마음에 고향이여/나는 그대의 가슴에서 살련다./다아만 한번만인 고운 잠/길이 이루련다”
인씨는 “남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신동엽은 대책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일찍 죽을 것을 예감해서 그랬는지 무척 바쁘고 열정적으로 사느라고 집안을 돌볼 여유가 없었죠.”
어느 날 문득 아이 셋과 가난만 남겨 놓고 시인이 세상을 뜬 뒤 인씨는 남은 가족과 집안 건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 우리 짚풀문화에 대한 조사와 정리 작업을 꾸준히 해 1993년 ‘짚풀생활사박물관’을 열었다. 작년에는 짚문화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아 제2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을 받았다.
7일 오후 6시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시인 신동엽> 출판 기념회가 열린다. 생전에 시인과 절친했던 소설가 남정현씨의 회고담, 지난해 평양 봉수극장 무대에 오른 가극 <금강> 공연 등이 마련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인병선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