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풀과 함께 20년 <리더스코리아 2001.12.2>

2005.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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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날 오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대학로를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며 걸었다. 그러다 발길이 닿은 곳이 혜화동 로터리 부근의 짚풀생활사 박물관이다. 1993년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된 세계 유일의 짚풀 전문 박물관이 11월초 이전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박물관 이전 준비로 바쁜 인병선 관장(67세)을 만났다. 연륜을 느끼게 하는 중후한 인상, 수수한 옷차림, 거침없는 말씨 등 대뜸 당당하고 넉넉한 품격의 여장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1980년대초 전통문화와 민중의 삶을 연구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짚과 풀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답사를 다닐 때마다 농가 담벼락에 매달린 달걀꾸러미나 오쟁이, 소쿠리, 그리고 공산품의 물결에 밀려 헛간이나 뒤꼍에서 나뒹구는 꼴망태, 삼태기, 바소쿠리 등이 더할 수 없이 소중하게 여겨졌어요. 우리 고유의 짚풀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죠.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하나둘 모은 수집품이 5000점에 이른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농업경제학 분야의 일인자로 이름을 떨치던 인정식씨의 딸이자 고(故)신동엽 시인의 미망인인 인병선씨는 일찍부터 민중문화와 밀접한 분위기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병선씨는 현재 짚풀생활사 박물관 관장 겸 짚풀문화연구회 회장으로 사라져가는 짚풀문화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짚풀문화 보급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경기도와 경상남도 그리고 전라남도에 짚풀문화연구회 지회를 두고 짚풀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전과정을 수료한 사람에게는 강사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그동안 배출된 강사만 4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전국의 초중등 학생들에게 초급과정으로 새끼 꼬기, 달걀꾸러미 엮기, 여치집 짓기, 보릿짚 인형 만들기, 중급과정으로 닭둥우리 엮기, 꼴망태 엮기, 복조리 만들기, 삼태기 엮기, 바소쿠리 엮기, 고급과정으로 멍석 엮기, 우장 엮기, 짚신 삼기 등을 가르치면서 우리 고유의 짚풀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인병선 관장은 1993년부터 해마다 기획전을 열어 왔다. 올해는 박물관 이전 기념 기획전인 “짚과 풀로 꾸민 옷“ 전시회가 11월 15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리고 있다. “21세기 들어 우리의 짚풀문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느 한두 사람이 보존하려고 애쓰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일반인들도 이 소중한 우리의 고유문화를 전승하고 재창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습니다.” 인병선 관장의 말이다.
신경행 기자(gyunghs@doo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