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와 `진달래산천` 기억하는가 <오마이뉴스, 2005.4.4>

2005.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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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껍데기는 가라/4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아사달 아사녀가/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할지니/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전문.



▲ 생전의 신동엽 시인.
ⓒ2005 작가회의 제공

누구보다 분단조국의 현실을 아파하고, 엇나간 역사를 준엄하게 꾸짖었던 시인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와 '진달래산천', '금강'으로 대표되는 절창을 남긴 그가 서른 아홉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지도 어느새 36년의 시간이 흘렀다.

비슷한 또래이며 그 역시 요절한 '세월이 가면'의 박인환(1926~1956), 교통사고로 아쉽게 우리 곁을 떠난 '풀'의 김수영(1921~1968)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남긴 신동엽의 시와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그를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오는 9일 부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는 '신동엽 문학의 밤'이 바로 그것.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자 염무웅)와 부여문화원, 부여군 문화관광과가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에선 문예진흥원 강형철(시인) 사무총장의 기념강연, 가수 안치환의 추모공연, 시인 황명걸, 이원규, 인병선(신동엽 시인의 아내)의 시낭송 등이 펼쳐진다.

1966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돼 호평 받은 바 있는 신동엽의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을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석만의 연출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이날 행사의 백미다.

본 행사에 앞서 행사주최측은 부여 능산리 신동엽 묘소에서 추모제를 올리고, 10일에는 신동엽 생가 → 신동엽 시비 → 묘소 → 백마강 → 곰나루 → 우금치로 이어지는 문학기행을 갖는다. 4월 15일에는 부여 궁남지 일원에서 시인의 시혼(詩魂)을 기리는 백일장이 열릴 예정.

1930년 충남 부여 동남리에서 출생한 신동엽은 59년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63년 시집 <아사녀>를 상재했다. 67년엔 앞으로도 백년은 인구에 회자될 대서사시 '금강'을 썼으며, 69년 4월 간암으로 영면에 들었다. 이후 79년엔 창작과비평사에서 시선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를 출간됐고, 85년엔 생가가 복원됐다. 그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005년 4월의 문화인물이기도 하다.

/홍성식 기자